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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제법 많이 온다
빗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들으며.....갑자기 기분이 착 가라앉고 분위기를 잡게 된다.

1.
며칠 전 가보았던 아버지 묘는 괜찮은지....땅 속으로 파고드는 풀이 제법 많이 났던데 혹시 더 퍼진 것은 아닌지....
딸은 양쪽 팔목이 너무 아파서 다 뽑아드리지 못하고 있는데, 정 많은 사위는 연신 아버지 묘를 돌아다니며 잡초 뽑기에 바빴다.
보다 못한 아들이 팔 걷어붙이고 아빠 옆에서 함께 풀을 뽑고 바깥으로 나르고....
손톱만한 시커먼 왕모기가 달라붙어 아이들을 물어댔어도 하염없이 아버지 산소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컴컴한 그 산에 홀로 누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
산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고....내일은 무얼 할지, 어떤 걸 해먹어야 할지....소소한 일로 걱정을 앞세우는데...

2.
시누이가 몸이 엉망이 되었다. 곧 죽을 사람처럼.....너무 안쓰러운 모습이 되어버렸다.
양팔과 양다리에서 살이 쏙 빠져 뼈만 남았고, 목 아래부터 엉덩이까지 퉁퉁 붓고 살이 쪄서 흡사 거미의 모습을 한 기형이 되어버렸다.
친정어머니가(우리 시어머니가) 다녀가시고 난 후, 남편에게서 더 모진 소리와 술주정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엄마를 둔 것이 무슨 큰 죄라고....
아직도 시어머니는 팔팔하고 온갖 패악을 다 부리며 자식들에게 정말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악담까지도 퍼붓고 사는데...
시누이는 곧 죽을 것 같다. 팔순 노인네보다 50도 안된 막내시누이가 먼저 죽게 생겼다.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그런 딸에게 전화해서, "너희들, 내가 죽으면 그냥 죽을 줄 아냐? 네년놈들 눈구녕에다 칼날을 하나씩 꽂아서 함께 끌고 갈 거다..."라는 악담으로 엄청난 상처를 주고.....
하느님.....하느님.....제발 저희 시어머니의 마음에 악을 거두어가 주세요. 제발 그 마음에 평화를 내려주세요.
제발.....제발......시누이보다 시어머니가 먼저 당신 곁으로 가게 해주세요.....제발.....

3.
엄마에게서 오늘 전화가 또 왔었다.
지난번에, 다음주에 간다고 했는데도 그새 또 잊으셨나보다.
"언제 올래?"하는 말만 되풀이....언제나 같은 모습일 것만 같던 엄마도 늙는구나.....
"다음주에 갈게, 엄마. 내가 가기 전에 다시 전화할게."하고는 끊었다.
얼굴 본 지 며칠 안지났는데....외동딸 얼굴이 그새 또 보고싶으신가보다.

이래저래.....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가 사람을 참 상념에 젖게 한다.
여러가지 상황들, 현실들.....제발 내 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고통들도...전부 내가 안고 품어야 하는 나의 모습들이다.
그렇게 나는 또 살아진다. 숨을 쉬고,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큰딸에게 간식이나 좀 챙겨주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사랑스러운 울 꼬맹이들을 양쪽에 놓고 보드라운 살냄새를 맡으면서......
# by 능소니 | 2008/07/24 00:01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2)
아이들 방학, 엄마의 개학
아이들이 모두 방학을 했다. 오늘 효주의 방학식을 끝으로....
이제부터 전쟁아닌 전쟁이다....ㅠ.ㅠ
그나마 큰딸이 보충수업을 나가서 방학을 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다음주부터는 보충수업도 없다.
윤주도 유치원 방학....네 아이들과 하루종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
이웃집 엄마가, 아이 하나 가지고도 방학이라 힘들어 죽겠다고 한숨을 내쉬다가 날 보더니 입을 꾹 다문다^^;;
애 넷이....하루종일 먹을 걸 찾아대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그래서 친정에서 보내준 햇감자, 냉동실에 얼려놓은 떡, 그 외 간식거리들을 미리 준비했다.
종일 먹을 걸 찾아대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희생하마~~

오늘 성적표를 받아온 효주....참 잘했다.
물론 1학년은 대체적으로 성적을 잘 주는 편이기는 하지만, 가까운 곳에 사는 다른 아이는 '보통'이 몇 개 보였다.
그런데 우리 효주는 '보통'은 아예 없다. 전부 '매우우수', 몇 개 보이는 것이 '우수'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뭐든 한 박자가 늦어 걱정을 했었는데...그래도 잘 따라가주나보다.
1학년1학기성적표, 아이들, 방학
# by 능소니 | 2008/07/23 17:05 | 아이들과 함께 | 트랙백 | 덧글(2)
엄마.....
엄마라는 이름의 대물림.....
내게 있어 엄마는 늘 단단하고 뿌리깊은 나무처럼 흔들림 없는 분이셨다.
그런 엄마의 손이....참 많이 늙으셨다.
지난주....양쪽 손목이 너무 아파서 친정에서 쓰러졌을때....엄마가 새벽까지 내 손목에 당신 손을 얹어 기공치료를 해주셨다.
늙고 힘든 몸인데도 외동딸내미 아파서 누워있으니 그냥 못보셨나보다.
당시에는 너무 아파서 엄마의 몸을 신경쓸 처지가 못되었다.
기공치료를 해주는 사람이 또 그만큼 자신의 몸의 나쁜 기운을 풀어내야 건강한 법인데...
나를 치료해주느라 당신의 기를 소진해서 회복하기까지 힘드셨을텐데....
무심한 딸년은 집에 돌아와 제 자식들 돌본다고 그런 엄마는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내게 9번 전화를 하면, 나는 1번 정도 내가 전화를 하는 것 같다.
늘 그렇게 엄마가 나를 먼저 찾고 챙겨준다. 오늘도 역시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옥수수가 다 여물었는데 지난주에 먹여서 보낼걸....언제 또 올 수 있어?"
한창 바쁜 와중에 받은 전화라 대충 얼버무리고 끊을까 하다가, 지난주에 봤던 엄마의 쭈글쭈글한 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전화기를 고쳐잡고 대답했다.
"다음주에 애들 방학하니까 그 다음주에 며칠 가서 놀다올게, 엄마. 그때 옥수수 삶아주면 되잖아."
이 말 한마디에도 엄마의 활짝 핀 미소가 전화기를 통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렇게 엄마는 내게 베풀어주시면서도 기뻐하신다.

과연 나는.....내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일까?
우리엄마처럼 무한한 사랑을 주고 베풀면서 기쁨을 느끼는 엄마일까?
친정엄마는 딸이 나 하나라 어쩌면 모든 사랑을 내게 주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딸이 셋이나 된다. 이 아이들에게 엄마의 사랑을 골고루 나눠줄 수 있을까?
그냥......초복에 뭣 좀 드셨냐는 안부말씀도 없이 끊어버린 엄마와의 전화가....내내 마음에 걸리는 저녁이다.
엄마, 전화, 딸, 옥수수
# by 능소니 | 2008/07/19 20:42 | 트랙백 | 덧글(2)
난 못된 심뽀쟁이....;;
다음주 월요일(7월 21일)이 시아버님 제사이다.
해마다 그래왔던대로 제사 전날 미리 가서 제사아침부터 음식장만을 해야 한다.

뭐, 둘째형님이 결혼한지도 벌써 7년 가까이 되지만....사실 둘째형님이 제사에 참석한 기억은 몇 번 없다.
제사나 명절때마다 무슨 핑계가 그리도 많은지....어떤 식으로든 빠지기 일쑤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도 있고, 아이 핑계를 대자면 애 넷인 내가 더할텐데, 꼭 애들때문에 힘들어서 못간다는 핑계로 몇 번....
여름마다 연수니 교육이니 하면서 해외나들이 갔다오고 지방나들이 갔다오고 해서 제사는 아예 빼먹기 일쑤...
어쩌다 큰집에 오더라도 명절 당일날 오거나 늦게 와서 일을 할때는 꼭 빠진다.
아마도 그런저런 서운한 마음이 내게 쌓였었나보다.

그런데 이번에....월요일 제사에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알았다.
매번 나 혼자서 그 많은 전을 부치고 튀김을 하고 힘들어서 내심 옆에서 거들기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또!!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쩝!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여태 그래왔기 때문에 얄미운 건 어쩔 수 없다.
어제 장례식장에 봉투를 들고 다녀오면서도 별로 기꺼운 마음으로 가지 못한 것 같다.
사실....3월에 우리 아버지 돌아가셨어도 형님은 와보지도 않고 아주버님 혼자 봉투만 들고 왔었다.
그런데 내가 그 집 부모님도 아니고, 따로 살던 할머니의 장례식에 꼭 가야만 했나?
남편과 말을 해봤지만 결국 나만 못된 심뽀나 부리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어젯밤 늦게 상가집에 다녀오고 내일은 큰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큰애들은 방학을 했지만 셋째가 아직 방학 전이라 큰애들에게 학교 잘 보내라고 맡기고 가려고 한다.
막내만 데리고 버스타고 혼자 가야지....
그래도 이번에는 한 놈만 데리고 버스타니까 좀 편하겠군. 해마다 두 아이 데리고 전철타고 버스타고 택시타고...
휴~~ 나도 이젠 늙었나보다. 일이 하기 싫어 꾀가 나고, 혼자만 죽어라 해대는 일에 짜증이 나니....;;
# by 능소니 | 2008/07/19 09:35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2)
날 울린 큰딸
며칠 전....큰딸 때문에 엉엉 운 기억이 있기에 그 느낌을 적어본다.
고1인 큰딸의 시험이 끝난 날, 친구들을 데리고 일찍 집에 왔다.
시험보느라 고생했기에 점심을 사주려고 친구들까지 다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대화는 자연스럽게 공부이야기로 흘러갔고,
"공부가 최고는 아니지만, 엄마나 아빠처럼 살지 않으려면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해라."
하는 말로 큰딸에게 격려랍시고 했다. 그러자 큰딸이 정색을 하며 대꾸한다.
"엄마, 엄마랑 아빠가 뭐 어때서?"
"뭐?"
"엄마랑 아빠를 내가 제일 존경하는 어른들인데, 엄마아빠가 뭐 어떻다고 자학을 해? 가난한 게 죄야?"
어머나!! 큰딸의 그 말에 나는 마땅한 대꾸를 하지 못했다.
"두 분 정말 열심히 살잖아. 난 우리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돈이 없다고 내가 언제 불평했어? 가난하다고 창피해했어? 엄마나 아빠처럼 살지 말라는 말은 하지마.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거지, 엄마아빠처럼 살지 않기 위해 하는 공부는 아니니까."

나.........
그 말에 그만 주책없이 눈물이 핑 돌아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딸의 친구들과 큰딸, 둘째딸이 다 있는 자리에서.....
이런 벅찬 감동이 있기에 자식을 키우나보다. 난 참 자식농사는 잘 지었구나, 뿌듯했다.
요즘 아들이 좀 속을 썩이기는 해도, 그놈도 천성이 나쁘지는 않으니 제 앞가림을 잘 하리라 믿는다.
내가 할 것은 내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하는것밖에는 없지 싶다.

지금, 기특한 딸을 위해 아빠가 직접 큰딸을 데리고 부평시내에 참고서를 사러 가고 없다.
방학내내 공부를 다짐하는 큰딸이 기특하고 안쓰럽고 고맙고 그렇다......
큰딸, 감동, 대화
# by 능소니 | 2008/07/13 19:04 | 아이들과 함께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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